화장실 지어줘도 쓰지 않는 인도인들 왜?

by anonymous posted Jun 0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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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공들이고 있는 전국 화장실 짓기 사업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바로 시골 주민들의 저항이다. 지난해 야외에서 볼일을 보던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모디 정부는 옥내 화장실 건설을 포함한 ‘클린 인디아’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시골 주민들은 정부로부터 깨끗한 새 화장실을 선물받고도, 이를 이용하지 않고 여전히 집밖에서 볼일을 보고 있다. 익숙치 않아서다.


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인도 가구의 53% 이상, 지방의 70% 가량은 화장실이 없다. 유니세프는 인도 지방에서 5세 미만 유아 사망의 80%가 좋지 못한 위생과 오염된 식수로 인한 설사와 질병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도는 ‘클린 인디아’ 차원에서 지난해 10월부터 민관 합동으로 인도 전역에서 화장실과 위생시설을 짓고 있다. 모두 580만개 신축이 목표다. 


하지만 정부가 지어준 새 화장실은 본래 목적을 벗어나 곡식이나 옷을 보관하는 창고, 때로 염소를 묶어두는 장소로 전락했다.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州)에 사는 농민 라메쉬와르 나톨리(22)는 “우리는 한번도 화장실을 지어달라고 한적이 없다. 지금은 화장실을 두고 이도 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62)는 “집 가까이에 화장실을 두는 건 좋지 않다. 구덩이가 너무 작아서 빨리 찬다. 화장실을 자주 치워야해 번거롭다. 들판으로 나가는 게 더 건강하다. 좁은 방 안에 앉아있는 것보다 바깥의 산들바람이 더 낫다”고 말했다.

정부로선 무상으로 지어주고도 불평을 들으니 난감한 형편이다.

지역개발 및 위생과 식수 담당 장관은 “정부는 그동안 화장실을 짓는다면 사람들이 이를 자동으로 이용할 것으로 봐왔다. 하지만 정부는 화장실 사용 여부를 부지런히 감독하고, 단계마다 자치회에 인센티브 지원금을 줘야한다. 그래야 습관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년째 화장실 사용 장려 운동을 펴고 있다. 건강 상의 잇점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정부 캠페인은 대개 여성 안전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부각시키고 있다. TV 광고, 옥외 광고에선 딸과 며느리를 야외로 내보내지 말라고 촉구한다. 이 때문에 화장실은 여성용이란 인식이 은연 중에 자리했다.

많은 시골 마을에서 새 화장실은 주로 여성과 노인들이 사용한다. 일부 가정에선 화장실 구덩이가 빨리 차지 않게 하기 위해 화장실 사용을 아끼기도 한다.

WP는 인도인들이 화장실 사용을 꺼리는 이유는 소득이 낮아서도 용수 사용이 어려워서도 아닌 신분제도인 카스트 제도 탓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인도 사회에선 신분이 가장 낮은 계층이 인간의 배설물을 치우는 일을 했던 것이다.

뉴델리에 있는 연구소인 라이스의 산지타 비야스는 “변기 구덩이를 퍼내는 일은 사회적으로 낮은 카스트와 관련돼 있다”며 “사람들은 화장실 정화조가 가득 차게 되는 상황을 두려워하며, 사회적 오명을 두려워 해 누구도 이를 치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런 공포심이 지속적인 화장실 사용을 막는다”고 진단했다.

라이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시골마을 300곳 가운데 40%는 야외 배설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정부 화장실은 크기가 작아, 더욱 기피된다. 시골 마을 뿐 아니라 대도시에서 조차 하수의 30%만 처리되고 있다. 시민활동가 베즈와다 윌슨은 “인도에서 위생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정부는 먼저 정화조, 하수관, 분뇨 정화조 등의 청소 활동부터 기계화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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