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여성 성악가와 결혼한 독일 드레스덴 부시장이 가족사진을 선거 포스터로 내걸고 '다문화 공존과 포용' 이미지를 앞세워 시장에 당선됐다. 

54만 인구의 드레스덴은 수도 베를린을 둘러싼 브란덴부르크주(州) 바로 아래 있는 작센주 주도(州都)로 독일 통일 후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옛 동독의 모델 도시로 꼽힌다.

시장 자유와 친(親) 기업 지향의 자유민주당(FDP) 소속 디르크 힐버트(44) 부시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치러진 시장 결선에서 54.2%를 얻어 44.0%에 그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의 에바-마리아 슈탕게 후보를 누르고 시장직을 거머쥐었다.

힐버트 부시장은 1차 투표에서 32.0%를 득표해 36.0% 지지의 슈탕게 후보에 뒤졌지만,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실시된 2차 결선에서 전세를 뒤집었다.

무엇보다 포용 이미지를 내세운 선거캠페인이 주효했다. 그는 FDP 당원이지만 무당파 후보로 나서서 직전 시장이던 헬마 오로츠가 속한 기독민주당(CDU) 등 우파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냈다. 슈탕게 후보가 좌파당, 녹색당 등과 함께 좌파 지지를 결집한 데 맞선 이 전략은 위력을 발휘했다.

이에 더해 34세의 메조소프라노 성악가 출신 한국인 부인, 그리고 5살 난 아들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 선거 포스터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중도진보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7일 '페기다(PEGIDA·유럽의 이슬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 도시의 한 자유주의자'라는 제목으로 그의 시장 선출 기사를 다루면서 힐버트 시장의 러브 스토리까지 소개했다.

힐버트 부시장은 2008년 7월 22일 한국 서울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가 지금의 부인(수연 힐버트)을 만나, 그해 크리스마스가 오기도 전에 결혼에 성공했다.

독일에서 이민자 거부 정서가 일면서 드레스덴이 페기다 운동의 거점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다문화 공존의 관용과 포용의 메시지를 선거 포스트로 웅변하며 표심을 파고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넉넉한 풍채 때문에 '테디 베어'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지난 3월 건강 문제로 오로츠 시장이 사퇴하고 나서는 시장대행을 맡아 유리한 고지에서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 그는 지난 2011년에도 역시 1년간 건강 문제로 휴직한 오로츠 시장을 대신해 시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대행 기간 그는 대결적 태도 보다는 포용적 방식으로 일을 풀어가면서 경쟁 정당인 좌파당, SPD, 녹색당 인사들로부터도 존경을 받았다고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이 보도했다.

힐버트 부시장은 "드레스덴을 이민자와 난민의 통합과 고용의 모범도시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고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가 우리 결혼의 기초이며, 이것은 도시공동체에도 상징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녹색당 등 경쟁 정파 일각에선 힐버트 부시장이 선거 캠페인에서 페기다 운동의 위험성을 지적했음에도, 결국은 페기다 지지를 받아 시장에 당선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드레스덴 출신의 힐버트 신임 시장은 드레스덴 공대를 졸업하고 민간에서 일하다가 30세이던 였던 2001년부터 경제담당 부시장을 지내며 드레스덴의 경제 발전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